버스안에서 - 자자(ZaZa)
그녀는 너무 지적이야, 그녀는 너무 매력 있고
그녀는 나를 병들게 해, 너무너무 좋아 죽겠어!
나는 매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항상 같은 자리 앉아 있는 그녈 보곤 해
하지만 부담스럽게 너무 도도해보여
어떤 말도 붙일 자신이 없어
아니야, 난 괜찮아. 그런 부담 갖지마
어차피 지금 나 두 남자친구 하나 없는데
하지만 너는 왜 아무 말도 없을까,
너에게 내가 정말 필요하다는 걸 알아
넌 너무 이상적이야
네 눈빛만 보고 네게 먼저 말 걸어 줄 그런
여자는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나도 매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항상 같은 자리 앉아 있는 그 앨 좋아해
일부러 그녀의 곁에 서보기도 하지만
왠지 내가 너무 부족해보여
아니야, 난 괜찮아. 그런 부담 갖지마
어차피 지금 나 두 남자친구 하나 없는데
하지만 너는 왜 아무 말도 없을까,
너에게 내가 정말 필요하다는 걸 알아
넌 너무 이상적이야.
네 눈빛만 보고 네게 먼저 말 걸어 줄
그런 여자는 없어 나두 마찬가지야.
이렇게
그렇게 쉬운 일도 망설이는 한심한 네 모습
정말 무지무지 답답해
넌 너무 이상적이야.
네 눈빛만 보고 네게 먼저 말 걸어 줄
그런 여자는 없어 나두 마찬가지야. 이렇게.
세대 공감. 말이 쉽지, 이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세대마다 자라온 배경이 다른 탓이다. 수제비나 칼국수만 해도 그렇다. 궁핍했던 시절 밀가루 음식으로 주린 속을 달래야 했던 세대에게 바지락을 넣는 등 잔뜩 맛을 냈다손치더라도 쳐다보기도 싫을 수 있다. 하지만 간식으로 가끔 먹고 자랐던 세대에게 밀가루 음식은 별미다. 먹는 것만 그렇겠는가? 입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그렇다. 단순한 감성의 차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바로 세상을 보는 눈의 차이로 이어진다. 거창하게 말하면 세계관이 다르다.
자자의 <버스 안에서>는 이점에서 특이하다. 우리의 살림살이가 크게 넉넉해진 90년대 중후반에 인기몰이를 한 신세대 노래이다. 그럼에도 40대나 50대에게도 공감을 얻는 노래이다. 말 그대로 완전히 세대 공감이다. 상황 설정부터가 그렇다. 고등학생 쯤 되는 나이에 버스로 통학을 하다가 생긴 가슴앓이가 그 내용이다. 등하교 시간이 비슷하고, 오가는 방향이 비슷하면, 통학 길에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동갑내기 여학생 또는 남학생이 눈이 띄게 된다. 겉으로 드러낼 순 없어도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것이 아니다.
살짝 살짝 눈빛을 마주치다가 또 쑥스러워 피하다가 나누게 되는 내적 대화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넌 너무 지적이야, 넌 너무 매력 있어, 그런데 왜 그렇게 도도하니?” 이게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던지는 속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도해 보이는 여학생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똑같지 않은가? “아냐 부담 갖지 마, 나도 남자친구 하나 없어, 그렇다고 네 눈빛만 보고 네게 말 걸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마! 넌 너무 이상적이야!” 이게 여학생이 남학생에 던지는 속말이다.
남학생은 여학생이 도도해 보여 말을 붙이지도 못한다. 행여 잘못 말을 건넸다가 창피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런가 하면 여학생은 속으로 무지무지 답답해한다. 쉬운 일인데 망설이기만 하는 남학생이 한심하기만 하다. 장면 설정 자체가 풋풋한 청포도 같은 사랑, 그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학창 시절에 이런 경험 하나 없다면, 그건 학교 잘못 다닌 거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그런 추억 하나도 없는 불쌍한 인생이라고 말이다.
신세대니 신인류니 하는 말도 있거니와 세대가 바뀌어도 많이 바뀌었는데, 버스 안에서는 다들 왜 이럴까? 이런 질문도 참 재미있지 않은가? 이를 두고 수송 매체의 특질이라고 하면 안 될까? 갈매기 나르는 연락선에서는 그 나름의 연애법이 있기 마련이고, 쇠 냄새 풀풀 나는 통학 열차에서는 그 나름의 연애법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통학 버스의 특질은 뭘까? 이렇게 말하면 안 될까?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탈일상(脫日常), 이렇게 말이다.
뭐 좀 어려운 말 같지만, 관광버스는 여행 수단이지만, 통학 버스는 일상을 벗어난 여행의 맛은 주지 못한다. 어찌 보면 일상 그 자체이다. 그래서 관광버스에서처럼 맘편하게 풀어질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일상을 조금 벗어난 느낌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니 뭐 좀 근사한 말을 건네기에는 잘 안 어울리고, 그런데도 약간 근사한 말을 건네야 할 것 같은 상황 말이다. 혹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이라도 툭 던진다면, 아니 갑자기 무슨 말이니? 그런 상대를 머쓱하게 만드는 말이 되돌아올 것 같은 상황을 조성하는 수송 매체가 버스 아닐까? 참, 어중간한 상황이었지만, 그 묘미는 지금 생각해도 다들 참 기분이 좋지 않은가?